본격적인 겨울에 앞서, 큐슈라는 섬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큐슈는 한국에 비하면 엄청 남쪽에 위치한 따뜻한 섬으로, 일본 내에서도 가장 따뜻한 지역이다. 그런데... 그런 큐슈에 이번에 눈이 왔다. 여기 오기 전에 사전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후쿠오카는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거의 없는 도시라 했다. 야후 날씨 예보에서도 연일 기온이 15도, 최저기온 7도정도를 기록하고 있었건만, 나가사키에 놀러갔을 때는 20도를 찍어버리더니만... 결국 눈이 왔다. 날씨는 급속도로 추워졌고, 평소 입던 옷으로는 버티기 힘들어져서 미리 사뒀던 코트도 꺼냈다. 넥워머도 개시하고, 장갑도 구매했으며 히트택으로 무장했다. 몸을 무장하고 집도 무장시켰는데, 일단 러그 밑에 돌돌이(은박 방한매트)를 깔고 침구에는 전기장판을 깔았..
3개월째에 접어드는 후쿠오카 생활. 바쁘게 움직였고, 이제야 겨우 정돈이 되어서 조금 쉬어볼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이제는 생활비가 빠듯해 일을 구해야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애초에 와서 3개월은 여유있게 즐기려고 돈을 많이 편성했지만, 우리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사고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기에... 예산은 꾸준히 여자친구가 관리하고있다. 영수증을 매일 모아서 기록하고 남은 예산을 편성하는 듯 하다. 매 달 편성된 필수 금액들이 있는데, 방세, 공과금, 식비가 그것이다. 방세와 공과금은 여유분을 넣어뒀고, 식비가 문제인데 식비는 지금 일주일에 1만엔, 한 달에 4만엔을 책정해뒀다. 보통은 일주일에 6천엔 정도가 장보는 값이고 4천엔은 외식값이다. 가끔 펑크가 나긴 하지만 ..
우리가 일본에 도착한 10월은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행사 중 하나인 '할로윈'이 열리는 달이었다. 12일에 도착해서 할로윈이라는 걸 알았는데, 할로윈은 10월 30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축제가 한창이었다. 일본은 이런 행사들을 되게 길게 즐기는 듯 보인다. 할로윈을 한 달 내내 즐기다니... 한국에서는 할로윈이라는 날을 게임 이벤트나 마트에서 과자 할인행사를 해서 알게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기서는 아파트 단지에도 호박, 버스에도 호박 온 동네가 할로윈이었다. 옷가게며 편의점이며 한 달 내내 할로윈 행사를 했고, 티비에는 할로윈 분장을 한 사람들이 나왔으며, 주말마다 할로윈 가장 퍼레이드를 한다는 광고도 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후쿠오카에서 이런 행사들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표시가 있는데, 바로 후쿠..
나는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팬이다. 한국에서도 자주 직관을 가고는 했었는데, 일본 워홀 준비하느라, 돈도 아껴야해서 최근에는 못가고 그냥 일본에 와버렸다. 하필이면 일본에 도착한 그 때, 한국에서는 한참 가을야구 열기가 뜨거울 때, 특히나 엔씨와 롯데의 준 플레이오프 날이었다.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일본에 오는 것이 우선이었던 내게 여자친구는 갑자기 "야구보러 가자"고 했다. 왜냐하면 이 때 일본도 가을야구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후쿠오카를 연고지로 삼은 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리그 우승을 하고 재팬시리즈로 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파이널 스테이지를 맞이하고 있던 날. 운 좋게도 취소표가 풀려 표를 구할 수 있었고, 재팬시리즈 진출이 확정되는 날 우리는 후쿠오카 ..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부동산이었다. 열쇠를 받고 입주 수속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입주를 위한 신청서들을 쓰는 동안 내 이름과 집 주소는 완벽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써야했기에, 외워질 수 밖에 없었다. 인감은 준비해간 3개의 도장 중 한자로 된 도장을 사용했다. 무거운 짐을 끌고 부동산을 나와 집을 찾아갔다. 구글 스트릿뷰에서 수없이 봤기 때문에 완벽하게 찾을 수 있었고, 집은 생각외로 상당히 쾌적했다. 다소 좁은 집이었지만 두 사람이 사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보였다. 복층의 목조건물이라 인터넷에 미리 검색해본 장단점 중 단점은 역시 방음이었는데, 지금도 살고 있지만 방음문제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 않는다. 단지 한국의 건물들과 비교했을 때, 난방대책이 시급..
그 날 아침은 흐렸다.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아침에 못일어날까봐 잠도 못자겠다고 했던 나는 그야말로 大자로 뻗어 코까지 골면서 잤다.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흐린 하늘을 보며 걱정이 많았다. 내 인생에서 '비행기'란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여행 가는 날 탔던 제주도행 대한항공 국내선 항공기가 전부였다. 처음 타보는 국제선, 처음타보는 저가항공인데 비까지 오다니. 설마 늦춰지는건 아니겠지? 걱정할 시간도 없이 자동차는 김해공항 국제선 입구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태워주신 여자친구 아버님께 인사드리고 짐을 들려던 찰나, 여자친구 아버님께서 손을 내미셨다. 꼭 잡고 "잘 하고와라이" 라고 해주셨다. "다녀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국제선 게이트로 들어갔다. 2016년 여름. 여자친구에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