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는 프로야구 NC다이노스의 팬이다. 한국에서도 자주 직관을 가고는 했었는데, 일본 워홀 준비하느라, 돈도 아껴야해서 최근에는 못가고 그냥 일본에 와버렸다. 하필이면 일본에 도착한 그 때, 한국에서는 한참 가을야구 열기가 뜨거울 때, 특히나 엔씨와 롯데의 준 플레이오프 날이었다. 야구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일본에 오는 것이 우선이었던 내게 여자친구는 갑자기 "야구보러 가자"고 했다. 왜냐하면 이 때 일본도 가을야구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후쿠오카를 연고지로 삼은 팀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리그 우승을 하고 재팬시리즈로 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인 파이널 스테이지를 맞이하고 있던 날. 운 좋게도 취소표가 풀려 표를 구할 수 있었고, 재팬시리즈 진출이 확정되는 날 우리는 후쿠오카 야후오크 돔으로 향했다. 입장 후 간단히 먹을 거리를 사서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야구관람이 시작되었다.



일본 야구장은 기본적인 응원 문화는 우리나라처럼 노래가 나오고 응원구호에 맞춰 팬들이 응원을 하는 구조다. 조용히 야구관람만 하는 메이져리그와는 전혀 다른 응원내용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야구의 응원도 많이 다르다. 입장을 하고서 바로 느낀 부분인데, 일단은 '응원가 떼창'이 없다. 호크스도 자기들 만의 응원가가 있다. 엔씨로 치면 '마산 스트리트' 같은 그런 노래가 있어서, 가을야구 내내 동네 슈퍼만 가도 응원가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정작 야구장에서는 스피커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응원가 말고는 마구 따라부르는 문화는 없는 듯 했다. (물론 중간에 "소레!"하는 구호는 따라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선수별 응원은 일본은 뭔가 딱딱딱! 하고 치면서 구호를 외치는 문화인데, 한국의 '선수별 응원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다소 흥이 떨어질 법도 한데, 나름 박자에 맞춰 착착 치는 박수가 박력있게 들렸다. 그리고 한국과는 달리 앰프가 없이 응원단이 직접 라이브로 응원가 연주를 하고 팬들이 거기 맞춰서 박수를 치는 구조다. 실제 따라하는 부분은 되게 적었지만, 그들만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한국에서 응원할 때는 노래를 다 따라하며 동작도 하는데, 일본은 일부분만 같이한다. 예를 들면 막 음악이 연주되다가 "날려라 ㅇㅇㅇㅇ!" 이런 것만 따라한다. 그리고 치어리더는 경기 중간 중간 갑자기 나와서 공연하는 것 외에는 응원유도를 전혀 안한다. "야구장에 노래부르고 치어리더 보러 간다!"고 하던 한 지인은 일본오면 되게 재미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 별 색깔이 있어서 그 색깔의 풍선을 날려보내는 것도 재밌었다.



7회쯤 소프트뱅크의 응원가가 흘러나오고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길쭉한 풍선을 불었다가 한꺼번에 날려보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소프트뱅크는 예상대로 재팬시리즈 진출이 확정되었다.


한 팀의 우승을 본다는 것은 정말 각별한 경험이었다. 그것도 직관으로 봤다니... 난 아직 NC 가을야구를 구경하러 간 적이 한 번도 없다. 하필이면 그 날이 다른 행사가 겹치거나, 표를 구했는데 너무 일찍 끝나서 경기 자체가 사라진다거나... 여기 와서 소프트뱅크의 야구로 나름 대리만족을 한 것 같다. 이후에 재팬시리즈 우승도 동네사람들과 시장에서 어우러져서 관람했는데, 그 때도 열기가 대단했다. 프로야구의 우승팀은 미리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우승한 팀이 다음해에 꼴찌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소프트뱅크의 우승을 본 것은,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를 큰 추억을 구경한 셈이다. 언젠가 NC가 우승을 할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